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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2 오전 8:22:45 입력 뉴스 > 칼럼

[신기원 목요칼럼] 만남



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세상에는 다양한 만남이 있다. 좋은 만남도 있고 나쁜 만남도 있다. 의도된 만남도 있고 우연한 만남도 있다. 만남은 인연을 낳고 추억을 쌓게 한다. 기억하고 싶은 만남 오래 지속되는 만남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생애주기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가는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기도 한다.

 

장애인 인권특강을 위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헬렌 켈러의 스승인 애니 설리번에 관한 동영상을 발견하였다. 써프라이즈라는 티비프로에서 방영된 것이었다. 설리번의 인생에서 나타난 우연과 필연 같은 몇 차례의 만남은 그녀의 인생을 변화시켰다. 주어진 삶에서 벌어진 예기치 않은 만남이 기적을 일으켜서 의도된 삶을 살면서 또 다른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애니는 알콜중독에 가정폭력이 심한 아빠가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남동생과 함께 보호소에 맡겨졌는데 거기서 또 남동생이 사망하였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동생을 잃은 상실감과 외로움속에서 마음을 잡지 못해 괴로워하던 그녀는 보호소에서 무관심과 냉대로 버려진 듯 생활하였다. 자신의 마음을 호소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소리라도 치고 거세게 반항이라도 하면 돌아오는 것은 진정제 투여였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던 중 로라할머니와의 만남은 인생의 새로운 전기가 되었다. 로라는 은퇴한 간호사로 자신의 남은 생을 사회봉사에 헌신하려고 하였다. 로라는 애니가 시력을 상실하였다는 것을 발견하고 소장에게 이야기하였으나 소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애니를 데리고 나와 함께 생활하였다. 이후 퍼킨스 시각장애인학교에 입학하였고 의사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아 시력을 회복하였으며 졸업식때는 졸업생을 대표하여 연설을 하였다.

 

학교 졸업후 로라할머니의 은혜를 생각하며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마음먹었는데 이때 만난 것이 헬렌켈러였다. 애니는 헬렌켈러의 손바닥위에 알파벳을 쓰고 사물을 만지고 소리를 듣고 느끼게 하는 지극정성의 교육방법을 통해 시각 및 청각장애인였던 헬렌을 작가이자 교육자이자 시민운동가로 성장하게 하였다.

 

애니의 삶을 통해서 본 만남 중 초기 부모와의 만남과 보호소 사람들과의 만남은 불행한 듯 보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애니가 보호소에 있었기 때문에 로라를 만날 수 있었고 퍼킨스 시각장애인학교에 다니다가 의사를 만났기 때문에 기적처럼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헬렌과 만나 애니는 새로운 기적을 쓸 수 있었다. 모든 만남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어떤 만남은 불행한 듯 보여도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는 수도 있다. 따라서 인생의 고비고비에서 내가 경험하는 모든 만남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 의미가 있다.

 

장애인시설 및 기관과 학교에 근무하는 종사자들도 해당직장에 근무하는 시점부터 장애인과 만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사유가 있겠지만 공식적으로는 이때부터 장애인의 삶이 본인의 삶에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직장과 관련해서는 본인이 사명감을 가지고 결정한 경우도 있겠고 근무할 직장이 마땅치않아 장애인과 관련된 곳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다 본인이 의식적으로 결정한 것이지 강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장애인과의 만남도 본인의 삶의 한부분인 만큼 소중하게 살아야 한다.

 

나에게 장애인이란 어떤 존재인지 또 그들과의 만남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것은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다. 세상에는 장애인으로 태어난 사람과 장애인이 될 사람 그리고 장애인이 되지 않을 사람의 세 종류가 있다. 장애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일찍 발견되지만 장애인이 될 사람과 장애인이 되지 않을 사람이 누군지 여부는 죽는 순간까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것은 어쩌면 미래의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주기를 바라는 행위일 수도 있다. 후천적 장애가 90프로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장애인과의 만남은 또 다른 나와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가대현기자(ssi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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